언론보도

[구성원] "GMO-유전자가위, 기후변화-식량안보 파수꾼인데...규제에 꽉 막힌 한국

작성일 : 2022.12.09 조회수 : 6666

 

기사 링크:  https://www.mk.co.kr/news/economy/10561793

곡물자급률이 20 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부족한 곡물을 해외에서 수입한다. 그 중 상당 비중이 유전자변형생물체(GMO) 곡물이다.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식품가공용과 농업(사료)용으로 들여오는 GMO 옥수수와 콩은 대략 연 1200만t에 달한다. 이런 상황은 일본도 마친가지다. 심지어 GMO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EU도 매년 많은 GMO 곡물을 수입한다.

국내로 수입하는 모든 GMO는 미리 안전성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심사에 참여하는 기관은 5곳에 달한다. 농촌진흥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본부, 국립생태원, 국립수산과학원이 그곳이다. 각 기관별로 20여 명 내외의 심사위원회를 두고 안전성을 평가한다. 다른 나라들보다 매우 복잡한 심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어느 한 기관에서만 통과되지 않아도 해당 GMO 곡물은 우리나라로 단 한 톨도 반입되지 못한다.

이런 평가제도를 이른바 ‘협의심사’라고 한다. 얼마나 까다로운지 국내에서 개발된 GMO 종자는 지금껏 단 하나도 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GMO 승인 신청 1호인 제초제 저항성 잔디(이효연 제주대 교수 개발)는 15년째 심사에 필요한 보완자료 요청만 받고 있을 뿐 통과될 조짐이 없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물고기가 이 잔디를 먹었을 때 나타날 위험성에 대한 평가 자료를 요청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GMO 협의심사 제도의 과도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GMO에 대한 엄격한 규제는 이후 개발되고 있는 다른 신기술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유전자 가위 기술이다. 그 중에서도 3세대 유전자 가위에 속하는 ‘크리스퍼 카스9(CRISPR Cas9)’ 기술은 생명공학에서 ‘게임 체인저’로 불리며 세계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 기술은 현재 우리나라의 툴젠을 비롯해 202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중심으로 한 UC버클리대 측, 그리고 하버드대와 MIT가 공동 설립한 브로드연구소까지 3자가 치열한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상용화를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GMO에 대한 규제부터 단추를 잘못 끼우다보니 보수적인 일본조차 앞으로 치고 나가고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해 우리나라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유전자 가위를 GMO로 규정하는 법 개정안을 지난 7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GMO와 유전자 가위에 대한 논의가 비과학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전자가위 좌담회
생명공학 분야 전문가들이 소비자단체 관계자와 함께 ‘GMO와 유전자 가위, 어떻게 다뤄야 하나’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최성화 지플러스생명과학 대표, 유장렬 미래식량자원포럼 회장,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김주곤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장, 김진수 그린진 CTO(툴젠 창업자).

이에 매일경제는 생명공학 분야 전문가, 그리고 소비자단체 관계자와 함께 ‘GMO와 유전자 가위, 어떻게 다뤄야 하나’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번 좌담회에는 김주곤 서울대학교 국제농업기술대학원장, 김진수 그린진 CTO/싱가포르국립대 방문교수(툴젠 창업자), 유장렬 미래식량자원포럼 회장(과학기술유공자지원센터장),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최성화 지플러스생명과학 대표(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사회는 매일경제 농업전문기자인 정혁훈 부국장이 맡았다. 좌담회 내용을 정리한다.

낮은 곡물자급률·지구온난화 대응엔 GMO 필수
농민들도 77 가 “영농방식 변화 필요” 답변

-유전자변형생물(GMO)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이 있다. 우리나라에 필요한 기술이라고 봐야 하나.

▶김주곤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장=우리나라는 옥수수와 밀, 콩 등 곡물의 수입의존도가 80 에 달한다. 그런데 코로나19 발생 후 확인됐듯이 식량안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식량안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안이 현재 있을까.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가 GMO 작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농업이 GMO를 원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김진수 그린진 CTO/싱가포르 국립대 방문교수(툴젠 창업자)=GMO는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지만 인류가 당면한 최대 난제인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본다. 기후가 변하니까 가뭄도 문제고 고온도 문제고 예전에 잘 자라던 품종들도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러면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작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에서 GMO나 유전자 교정 기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그러한 신기술을 활용해서 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식물 자원을 확보할 수도 있다. GMO나 유전자 교정 기술은 인류의 생존과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서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김주곤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장
김주곤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주곤 원장=지구온난화에 끼치는 영향력 측면에서 보면 이산화탄소(CO2)에 비해 비해 아산화질소(N2O)가 290배 정도 크다. 그런데 질소비료를 뿌리면 작물이 흡수하는 것은 30 정도에 그치고 나머지 70 는 토양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아산화질소가 배출되는 것을 줄여야 하는데, 그러자면 질소 이용 효율이 높은 작물을 개발해야 한다. 전통 육종으로는 그런 작물을 개발할 수 없기 때문에 GMO나 유전자 교정 기술의 활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새로운 농업 기술에 대한 인식과 관련해 올해 처음으로 농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기후변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곡물 수급 불안 문제가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농민들이 영농 방식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랬더니 전체 응답 농민의 77.1 가 영농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영농방식이라는 것은 결국 농생명 공학 기술이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지금 가장 어려운 것이 농촌 현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생산원가는 갈수록 올라가고, 수익을 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런 문제들을 농생명 공학 기술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역할을 과학자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주곤 원장=기후변화 못지않게 긴장해야 할 요인이 인구폭발이다. 유엔에 따르면 2050년엔 전세계 인구가 100억명에 육박하게 될 전망이다. 그만큼 식량 생산을 많이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농업 생산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농업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현대 생명공학 기술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