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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훈의 아그리젠토] "서울대가 평창에도 있느냐", 네 강원도 평창군에 서울대가 있습니다.

작성일 : 2021.09.28 조회수 : 830

 

<이 내용은 매일경제 정혁훈 기자의 칼럼 기사입니다.>

 

서울대 평창캠퍼스에 다녀왔다고 하니 많은 분이 되묻습니다. "서울대가 평창에도 있느냐". 그렇습니다. 강원도 평창군에 서울대가 있습니다. 면적이 무려 약 84만평(278)에 달합니다. 서울 여의도 면적(88만평)에 육박합니다. 3000억원이 넘는 정부·지방자치단체 예산이 투입된 평창캠퍼스가 문을 연 지도 어느덧 7년이 됐습니다.

 

2018년 동계올림픽 때 국내 최초 활강 스키장이 조성될 정도로 산악으로 둘러싸인 평창에 그렇게 넓은 캠퍼스가 들어서게 된 건 어떤 배경에서일까요.

 

출발은 미미했습니다. 서울대 농대 옛 수원캠퍼스에 있던 목장을 평창으로 옮기는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때 강원도 출신의 모 정치인이 큰 그림을 그립니다. 목장만 조성할 것이 아니라 서울대 캠퍼스를 유치해 지역 발전을 도모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문을 연 평창캠퍼스는 크게 두 기관이 주축입니다. 하나는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농업기술대학원입니다.

 

두 기관의 공통점은 농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관악캠퍼스 농업생명과학대의 제2캠퍼스는 아닙니다. 그린바이오에 집중하는 특화 캠퍼스로 보는 게 정확합니다. 그린바이오는 동식물의 유전자원을 이용해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약품, 바이오 장기 등을 만드는 바이오 산업을 말합니다. 의료·제약을 뜻하는 레드바이오, 환경·에너지를 뜻하는 화이트바이오와 함께 바이오 산업의 3대 축에 해당합니다.

 

그린바이오연구원은 농업기술대학원과 정확하게 11로 매칭됩니다. 두 기관은 바이오 식품, 종자, 에코 시스템, 동물 과학, 국제농업 협력 등 같은 분야를 배우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왜 평창에서 그린바이오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러나 의외로 평창은 새로운 농업 거점지역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주요 작물의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면서 평창에서 재배되는 작물 종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노지 작물로는 사과가 대표적입니다. 시설 작물로는 파프리카의 주요 산지가 되고 있습니다. 평창캠퍼스 옆 파프리카 농장에서 만난 귀농 8년 차 농부는 연간 3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더군요. 생산된 파프리카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됩니다.

 

그린바이오에 필수적인 약용 작물은 전통적으로 평창 산림에서 많이 재배됩니다. 당귀는 전국 생산량 중 70%가 평창에서 나옵니다.

 

평창축협의 대관령한우는 일교차가 큰 지역 특성상 맛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평창캠퍼스에 전국 유일의 대동물(大動物) 병원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전국 수의대생들이 졸업을 하려면 반드시 이곳에서 대동물 임상실습을 거쳐야 합니다. 다른 대학에는 반려동물이 아닌 소나 말 같은 대동물 임상실습장을 갖춘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평창캠퍼스가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산학협력입니다. 이미 캠퍼스 곳곳에 기업들이 진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카길 같은 글로벌 기업 연구소가 있는가 하면, LG화학·셀트리온 같은 대기업이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캠퍼스 한쪽에 땅 약 8만평(264500)을 비워둔 것도 기업들에 자리를 내주기 위해서입니다.

 

농업 강국인 이스라엘의 국부(國父) 시몬 페레스 전 대통령은 생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농업은 95%가 과학이다." 평창캠퍼스가 대한민국 농업 혁신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기사 원문: http://www.mk.co.kr/opinion/columnists/view/2021/09/85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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