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구성원] [매일경제] 유전자 교정을 GMO와 동일시해선 안 된다.

작성일 : 2022.02.03 조회수 : 251

 


전 세계가 식량안보에 주목하고 있는데 곡물자급률이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하위인 한국은 좀 예외인 듯하다.

곡물 생산은 농민들 덕이 크지만, 다른 주역도 많다. 야생 들풀로부터 작물을 만들어낸 선조들, 그로부터 현대 품종을 만들어낸 근현대 식물육종가들, 그리고 작물보호제, 비료, 농기구 등 생산자가 바로 그들이다. 세계 곡물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옥수수는 미국이 세계 1위 생산국인데, 생산성이 ㏊당 평균 12t에 이른다. ㏊당 2t에 머물던 옥수수 생산성이 1930년대 이후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은 유전학, 생명공학 등 현대 과학 덕분이다.

근래에 세계 농업 과학자들이 식량위기를 걱정하는 것은 기후변화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북극과 가까운 알래스카가 20도까지 오르는 이상고온이 발생했다. 21세기 말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벼, 콩, 옥수수 등 주요 식량작물의 급격한 수확량 감소가 예상된다.

한국도 온난화 영향으로 이미 농산물 품질 문제가 발생하고 작물 주산지가 북상하고 있다. 대관령 고랭지 배추가 밭에서부터 썩는 문제가 발생했고, 사과는 강원도 평창에서도 생산된다. 기온이 더 상승하면 배추나 사과를 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후변화 대응은 모든 인류가 동참해야 할 현안이다. 농업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안정적 곡물 생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질소비료를 덜 줘도 잘 자라는 농작물, 기온 상승에도 생산성과 품질을 유지하는 농작물, 기후변화로 곰팡이나 바이러스 병이 생겨도 농약 없이 잘 자라는 농작물 종자가 있어야만 한다. 선조들이 들풀로부터 작물을 만들어낸 것과 같은 과거의 방식은 확률과 시간과의 싸움이어서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농작물을 전통기술로 개발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고 효율이 낮다. 반면 현대 생명공학 기술은 원하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개량하는 과학적 설계에 기반하므로 상당히 예측 가능하다.

2020년 노벨 화학상 수상으로 유명해진 유전자교정 기술은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한 용도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일본, 이스라엘, 호주 등 선진국은 물론 남미 국가들까지 유전자교정 농작물이 유전자변형생물체(GMO)가 아니라는 원칙에 따라 정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혈압 상승 억제 성분을 함유한 유전자교정 토마토 판매가 시작됐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연합(EU)조차도 농약 사용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유전자교정을 이용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유전자교정 농작물을 GMO 규제에서 제외하는 정책을 고안 중이다. 우리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작물을 개발해야 하며, 식량자급률도 높여야 한다. 한국은 세계 수위의 농업 기술과 유전자교정 원천기술을 가진 소수 국가 중 하나이므로, 기후변화는 한국 농업의 위기인 동시에 국내 종자산업이 세계로 도약할 기회가 된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진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유전자변형생물체법 개정안은 유전자교정 작물을 신규 유전자변형생물체로 분류해 관리하겠다고 한다. 다른 국가들이 유전자교정은 GMO가 아니라고 하는데 왜 우리만 GMO라고 하는 것인지 과학적 설명도 없다. 국제 동향에 부합하는 유전자교정 농작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미 최저 수준인 곡물자급률은 더 낮아지고, 수입 농산물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김주곤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장]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2/02/9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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