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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곡물 공급망 과점에 기후 변화·전재 여파...식량보호주의 심화"

작성일 : 2022.06.12 조회수 : 1719

기사 링크: https://n.news.naver.com/article/366/0000820231?sid=101


[이코노미조선] [Interview]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이상 기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식량보호주의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지구촌이 식량 위기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 세계의 밀 28%, 보리 29%, 옥수수 15%, 해바라기유(油) 75%를 공급하는 식량 대국이다.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는 폭염으로 밀 수출을 금지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 세계 밥상은 인플레이션(인플레) 습격을 받고 있다. 밥상 물가는 곡물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삼겹살 가격이 치솟아 ‘금(金)겹살’이 됐다. 식량 인플레는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 사회 불안을 야기한다. ‘이코노미조선’은 현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 기술로 식량 인플레를 완화할 방안을 탐색하기 위해 ‘비상 걸린 식탁 인플레’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서울대 농경제학 학·석사, 미국 메릴랜드주립대 농업 및 자원경제학 박사, 현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원장, 현 한국농업경제학회 회장, 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 위원 / 박용선 기자
“글로벌 곡물 공급망의 과점 구조, 가뭄·폭염 등 극단적인 기상 이변 현상,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하 우크라이나 전쟁).”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가 5월 20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분석한 글로벌 곡물 가격 급등으로 우려되는 세계 식량 위기의 원인 네 가지다. 현재 한국농업경제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임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농경제학자다.

임 교수는 한국은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곡물 가격이 오를수록 농식품 시장, 나아가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현상)에 대한 우려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곡물 시장 피해가 최소 1년은 지속될 것이고, 폭염 등 극심한 기후 변화가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식량 위기를 단순히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글로벌 곡물 공급망의 구조적 문제는.

“세계화와 연관이 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농산물 무역 자유화가 이뤄졌고, 이로 인해 미국·캐나다·호주·러시아·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일부 국가가 곡물 시장을 과점하는 구조가 됐다. 비교 우위에 의한 집중 현상으로, 자원과 농업 기술이 부족한 국가는 주요 곡물 생산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소수 곡물 생산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이들 국가에 가뭄, 폭염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일어나면서 곡물 생산량이 급감했고 과점 구조의 공급망에 대한 문제를 부각시켰다. 2007~2008년과 2011년 두 차례 글로벌 곡물 가격이 상승한 것도 같은 이유다. 세계화 이후 직면한 글로벌 식량 위기의 모습이다.”

최근 발생한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곡물 가격 상승에 불을 지폈다.

“팬데믹으로 물류 대란이 일어난 직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밀과 옥수수를 생산·수출하는 주요 국가다. 두 국가의 곡물 생산과 수출에 문제가 생기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이로 인한 곡물 가격 급등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곡물 가격 상승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2~3년은 더 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에서 발생한 전쟁으로 곡물 재배 시기를 놓쳤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농업 기반도 파괴됐다. 미국, 아르헨티나 등 주요 곡물 수출국에 가뭄 등 기상 이변 현상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 2위 밀 생산국 인도가 5월 13일 밀 수출을 금지했다. 세계 시장에 식량보호주의가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인도가 폭염으로 밀 생산량이 줄자, 자국 우선 공급과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 특별 허가를 제외한 밀 수출을 금지했다. 앞으로 전 세계에 폭염 등 이상 기후 현상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고, 식량보호주의 현상도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글로벌 식량 위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빈곤 국가의 경우 폭동까지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07년 곡물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을 당시 필리핀, 이집트 등에서 식량 부족으로 인한 폭동이 일어났다. 최근 경제난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에서도 전국적으로 시위가 발생했는데, 그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식량 부족 문제였다. 물론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한 국가에서는 이런 폭동까지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문제는 곡물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확산하는 애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는 더 그렇다.”

한국은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다.

“국내에서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한국의 곡물 자급률(쌀, 밀, 옥수수 등 전체 곡물의 국내 소비량 대비 국내 생산량 비중)을 보자.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해 발표한 2020년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19.3%로 굉장히 낮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곡물 중 8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는 뜻이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미국과 캐나다의 자급률은 각각 120.1%, 192%에 달한다.

주목할 부분은 한국의 곡물 자급률이 2000년 30.9%에서 20년간 1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반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곡물 자급률은 2000년 26.6%에서 2020년 27.3%로 0.7%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의 곡물 자급률을 6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곡물 자급률을 끌어올릴 방안은.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국 정부는 곡물 가격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당시에만 반짝 신경을 쓰고,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며 잊는다. 2008년 당시에 그랬다. 우선 농업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애그테크(AgTech) 기업을 육성하는 등 국내 농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또 한국은 쌀은 자급률(2020년 기준)이 92.8%로 높지만, 밀 0.5%, 옥수수 0.7%, 콩은 7.5%로 현저히 낮다. 농가가 쌀 이외의 주요 식량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곡물 자급률을 높일 수 있다. 단 자급률은 단번에 끌어올릴 수 없다. 5년, 10년, 단계를 두고 준비해야 한다.”

국내에 필요한 모든 곡물을 자체 생산할 수는 없는데.

“공급망 다각화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곡물 수입선은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으로 집중돼 있는데, 이를 분산해 한 지역에 가뭄 또는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국내 기업의 해외 농장 개발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 기업들이 평상시에는 곡물을 해외 현지에 판매하지만, 비상사태에는 국내에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곡물 및 식량 재고 비축도 중요하다. 현재 정부는 쌀 위주의 공공 비축제를 하고 있다. 이를 밀, 옥수수, 콩 등 주요 식량 작물로 확대해야 한다. 정부 혼자 하기 힘들다면, 곡물 및 식품 기업과 협력해 기업이 물량을 비축하는 걸 지원해야 한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이 이런 시스템을 잘 구축했다. 한국의 경우 쌀 공공 비축은 정부가 주도하고, 나머지 곡물은 민관 합동 비축제를 마련하는 게 효율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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