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구성원] [시론] 농업예산, 재정지출 방식의 변화 필요하다

작성일 : 2022.09.19 조회수 : 719

 

기사링크: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TME/363131/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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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첫(2023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안이 17조2785억원으로 편성됐다. 국회 심의 과정이 남아 있지만 정부안만 보면 올해 예산 16조8767억원 대비 2.4%(4018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국가 전체 예산안 대비 2.7% 수준으로 올해 국가 전체 예산에서 농식품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 2.8%에서 다시 0.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농식품부는 새 정부의 강력한 긴축재정 기조 속에 그런대로 예산 확보에 선방했다고 자평한다. 반면 농업계는 공익직불금 예산 5조원 확충 등 핵심 대선공약 실천 의지를 보여주기에는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정부 재정지출은 매해 예산을 책정해 그 한도 내에서 집행하는 재량지출과 상황이 발생하면 법령에 따라 반드시 집행이 이뤄지는 의무지출로 구분된다.

농업은 특성상 기후변화·병해충 등에 크게 영향을 받고, 해마다 주요 농산물의 가격변동에 따라 재정소요액에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농업 재정지출 규모를 1년 예산 주의에 의거해 재량적으로 편성·집행한다. 사실 자연재해나 가격 등 매해 변동이 큰 사안과 연관돼 수행되는 농정사업(농업재해보험 등)은 합리적으로 1년치 예산을 책정하고, 그 한도 내에서 예산을 집행하기가 근본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농업정책 예산은 사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원천적으로 과용과 불용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5년 단위의 농업법(Farm Bill)에 따라 시행되는 주요 농산물에 대한 가격하락과 수입손실 보상, 농작물보험, 농식품영양지원 등 대부분의 농업정책을 매해 책정되는 예산 한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법정 의무지출 방식으로 지원한다. 이는 예측하기 어려운 농산물 가격과 생산량 변동, 농식품 지원 취약계층의 규모 변화 등을 감안할 때 의무적 재정지출 방식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미 농무부(USDA) 전체 예산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 80% 이상이다. 이로 인해 연방정부 전체 예산에서 농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도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극심한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으로 미국 농가가 어려웠던 2021·2022년 농업부문 재정지출이 전체 연방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9%와 4.8%에 달했다. 2020년도 비중(3%)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미국에서는 농업예산 불용이나 과용 논란도 거의 없다. 만일 미 농업법이 시행되는 5년 동안 특정 정책이 구조적 예산 불용과 과용 문제를 보인다면 차기 농업법에서 이를 감안해 재정지출 규모를 수정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농업부문 예산이 전체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해 감소 추세인데, 이는 농업과 농정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1년 단위의 재량적 재정지출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쌀·밀·콩 등 주요 농산물에 대한 가격과 경영 안전장치가 핵심적 농정수단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연간 재정지출의 변동성이 높은 가격하락 대응 경영지원제도나 농업재해보험사업을 우선적으로 법정 의무지출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농가 경영안정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요 농정사업의 의무적 재정지출 전환은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진다는 이유로 재정당국이 예산 편성 때 농업부문 비중을 매해 낮추는 경향을 방지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이다. 농업과 농정의 특성을 고려한 예산 편성과 재정지출 방식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한국농업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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