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구성원] [작가와의 만남] 장구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작성일 : 2022.06.08 조회수 : 1592

 


실험 때마다 동물과 사람 사이 밀접한 연결 깨달아… 
지구가 건강해야 인간도 안전하죠
 
키우던 반려견에 복제 수정란 이식
2005년 세계 최초 복제견 성공
약 제조·각막 이식…성공 뒤 동물들 있어
남 배려하는 ‘전우애’ 모든 분야 필수 덕목

 

 

 

  

 

동물을 돌보고 연구합니다
장구 지음/김영사 펴냄


 

계속되는 우문에 현답이 돌아온 인터뷰였다. 동물을 돌보고 연구하는 서울대 수의학과 장구 교수는 과학의 기본 원리도 모르는 원초적인 질문은 물론이고 삶에 대해서도 뻔한 답이 아닌 자신만의 생각을 들려줬다.

“책을 왜 썼느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어요.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대중에게 쉽게 저의 강의를 들려주고 싶어서죠. 제가 주로 연구한 분야가 동물의 임신에 관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 몇 년 전 저출산정책에 관한 강의 프로그램에 동물학자로 함께 참여하게 됐고, 그 후로 TV에도 출연하고 단독 강의도 했었는데 한결같이 어렵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때마침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를 받았고 과학자 입장에서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이야기를 쓰게 됐습니다.”

최선을 다해 최대한 쉽게 쓴 책이라지만 ‘세포’에 ‘분열’이란 단어만 덧붙어도 머리가 하얘지는 기자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부분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한번 잡은 책을 끝까지 놓을 수 없었던 건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동물들의 이야기가 경이롭고 감동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당뇨병 치료제 개발을 도운 개, 인간에게 각막을 내어 준 돼지, 시험관 아기 탄생의 밑거름이 된 쥐 등 세상을 바꾼 과학의 발달 뒤에는 연구실의 동물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물겨운 에피소드는 ‘심바’ 이야기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2005년 저희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복제견을 성공시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복제견 ‘스너피’는 일약 스타로 떠올랐고요. 핵심 연구자 중 한 명인 저에게도 바쁘지만 뿌듯한 시간이었죠. 언론의 관심이 머무는 동안 실험 과정의 에피소드 등 여러 이야기가 보도됐는데 ‘심바’는 조명받지 못한 숨은 주인공입니다. 심바는 체세포를 수정란으로 착상시켜 고이 품고 있다가 새끼를 낳은 대리모였어요. 제가 키우던 반려견이기도 했고요. 사산하게 된 개를 수술해 살려 낸 적이 있는데 심바는 건강을 회복한 그 개가 낳은 강아지였어요. 분양을 부탁해 온 보호자의 연락을 받고 제가 키우게 됐죠. 그런데 갑자기 유학을 가게 돼 시골 어머니께 맡겼다가 동네 개들에게 상처를 입는 바람에 평생 흉터를 가지고 살아가게 됐고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실험이 시작됐고 복제 수정란이 완성됐지만, 그 시점에 임신이 가능한 대리모가 없어 폐기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심바가 임신 적기인 것이 생각났습니다. 아마 그때 임신 기간이 심바 일생에서 가장 호사스러운 시간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실험에 성공해 모두가 축배를 들고 있을 때 심바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실험이 끝나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존재, 실험동물로서 애달픈 숙명은 심바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심바는 실험동물에서 반려동물의 자리로 돌아와 저와 자유로운 시간을 누리다 열두 살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심바의 유골함은 지금도 제 연구실에 있습니다.”

수의학에서는 연구에 활용되는 실험동물, 인간의 친구로 삶을 공유하는 반려동물,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산업동물 혹은 농장동물, 야생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로 나눈다. 심바는 반려동물이자 실험동물로 살았던 것. 장 교수의 책 제목이 『동물을 돌보고 연구합니다』인 것도 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와 실험하는 과학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그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는 동물의 다양한 역할을 인정할 때 인간과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동물을 연구할수록 동물과 인간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전염성 질병은 사람과 동물을 가리지 않습니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건강해야 그 안에서 사람도 안전할 수 있는 거죠.”

연구비와 실험실 등 여건이 충족되지 않아 8년째 연구 중인 광우병에 안 걸리는 소에 대한 논문을 꼭 완성하고 싶다는 장 교수는 ‘동물을 돌보고 연구하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덕목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도 현답을 제시해 줬다.

“어떤 직업에도 특별히 필요한 덕목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소중한 걸 알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남을 배려하고 협동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뭐든 잘할 수 있습니다. 전우애도 바로 이런 거 아닐까요? 저도 군대 시절(육군69사단)에 배운 겁니다.” 글=박지숙/사진=조종원 기자

 

 

 

 

 

박지숙 기자 < jspark2@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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